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 대서양을 마주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세계를 지배한 해양 제국이었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 페르디난드 마젤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같은 탐험가들이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며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죠. 

이들의 항해는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력은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제국주의의 흔적은 축구 클럽의 역사와 정체성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양 제국의 출발지, 리스본과 포르투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과 북부의 항구도시 포르투는 대항해시대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두 도시에서 수많은 탐험가들이 출발하여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로 향했어요. 리스본의 벨렘 탑과 포르투의 리베이라 지구는 그 시대의 영광을 간직한 역사적 상징입니다.

벤피카(Sport Lisboa e Benfica)는 1904년 리스본에서 창단되었습니다. 클럽의 상징인 독수리는 당시 포르투갈 제국의 힘과 위엄을 상징했죠. 


1908년 벤피카 유니폼


벤피카의 붉은 유니폼은 포르투갈 항해자들이 흘린 피와 용기를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영광의 벤피카(Glorioso Benfica)"라는 별명은 과거 포르투갈의 영광스러운 제국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FC 포르투는 1893년 항구도시 포르투에서 설립되었습니다. 

포르투는 대서양 무역의 핵심 거점이었고, 이 도시의 상인들은 식민지와의 교역으로 부를 축적했어요. 

포르투의 별명인 '드라공스(Dragões, 용들)'은 포르투갈 선원들이 항해 중 마주쳤다고 믿었던 바다 괴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포르투의 푸른색과 흰색 유니폼은 대서양의 파도와 포르투갈 선박의 돛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죠.



스페인 구단들과 제국주의의 흔적


스페인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Real)'이라는 접두어는 '왕립'을 의미합니다.

이는 스페인 왕실과의 연결을 강조하는데, 스페인 제국 시대에 왕실은 해외 정복과 식민지 확장의 중심이었습니다. 

클럽의 백색 유니폼은 순수함과 권위를 상징하며, 이는 당시 스페인 제국이 자신들의 식민 활동을 '문명화'의 미션으로 정당화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가 위치한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의 주요 조선소가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배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났죠. 특히 아틀레틱 빌바오의 '로히블랑코스(빨강과 하양)'라는 별명은 스페인 제국의 색상을 연상시킵니다.

아틀레틱 빌라오의 유니폼


세비야 FC는 과달키비르 강가에 위치한 세비야에서 1890년에 창단되었습니다. 

세비야는 스페인이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금과 은이 처음 도착하는 항구였습니다.

사실상 제국의 보물창고와 같은 역할을 했죠. 

세비야 FC의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구호인 "Dicen que nunca se rinde"(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제국의 끈질긴 확장 정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국의 유산과 현대 축구의 글로벌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제국주의가 남긴 가장 두드러진 영향 중 하나는 언어와 문화의 전파입니다. 

오늘날 브라질, 앙골라, 모잠비크에서는 포르투갈어를,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이런 언어적 연결고리는 축구 세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벤피카와 포르투는 브라질, 앙골라, 모잠비크 등 포르투갈어권 국가의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큰 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낮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 클럽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벤피카의 전설인 에우세비오는 모잠비크(당시 포르투갈 식민지) 출신이었으며, 포르투의 역사적 스타 중 다수가 브라질 출신입니다. 

2014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한 에우제비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역사에서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와 같은 스페인 전 식민지 출신의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축구를 통한 과거와의 화해


제국주의의 어두운 역사가 축구 클럽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대 축구는 또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클럽들은 이제 자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과 더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벤피카와 포르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스페인의 클럽들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이는 과거 제국주의의 일방적인 착취 관계를 상호 존중의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클럽들이 과거 식민지 출신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존경심입니다. 

브라질 출신의 페페가 포르투의 주장이 되고,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되는 것은 축구를 통한 화해와 상호 인정의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제국에서 글로벌 공동체로


과거 대항해시대의 제국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유산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벤피카, 포르투,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클럽들의 정체성에는 여전히 제국주의의 흔적이 담겨 있지만, 그 의미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클럽들은 단순히 국가적 영광이나 제국의 상징이 아니라, 글로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클럽들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활약할 때, 그들은 자국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팬들의 꿈과 열정을 대변합니다.

벤피카의 경기를 브라질에서 시청하는 팬,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멕시코의 어린이, 포르투의 유니폼을 입은 앙골라의 청년... 이들은 모두 복잡한 역사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지만, 축구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의 배들은 정복과 지배를 위해 떠났지만, 오늘날의 축구는 국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축구 클럽들이 보여주는 제국주의 유산의 현대적 변용이 아닐까요? 

그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화합과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인류의 여정이 축구를 통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