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표면 백인은 거의 없고 주로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아프리카 유나이티드'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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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축구 대표팀 |
이렇듯 오늘날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와 같은 국가들의 대표팀은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아니라, 유럽 정체성의 진화, 이민 정책, 사회적 통합, 그리고 때로는 민족주의와 배타주의 사이의 복잡한 긴장 관계를 반영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민이 어떻게 유럽 축구, 특히 국가대표팀의 구성과 정체성을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더 넓은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블랙, 블랑, 뵈르(Black, Blanc, Beur)"의 삼색기
프랑스 축구는 아마도 이민과 다문화주의가 국가 스포츠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이 팀은 "블랙, 블랑, 뵈르(흑인, 백인, 아랍계)"로 불리며 프랑스의 다문화적 성공을 상징했습니다.
지네디 지단(알제리 배경), 리리앙 튀랑(과들루프 출신), 마르셀 데사이(가나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단순한 축구팀을 넘어 새로운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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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멤버 |
프랑스의 식민지 역사는 국가대표팀의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전역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는 이전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프랑스 사회의 인구학적 구성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 말리 등에서 온 이민자들은 프랑스 도시의 외곽 지역에 정착했고, 이 지역들은 종종 경제적으로 소외되었지만 축구 인재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파리 교외 지역인 세느생드니(Seine-Saint-Denis)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 지역은 프랑스에서 가장 다양한 이민자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킬리안 음바페, 폴 포그바, 응골로 캉테와 같은 현대 프랑스 축구의 스타들을 배출했습니다.
이들 선수 대부분은 이민자 가정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프랑스의 축구 아카데미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축구의 다문화적 성공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극우 정당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의 지도자 장-마리 르펜은 프랑스 대표팀에 "너무 많은 유색인종 선수들"이 있다고 비판했고, 이는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2010년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의 파업으로 팀 내 분열이 생겼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인종적 갈등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유로에서 카림 벤제마가 인종적 이유로 제외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했고, 이 팀은 1998년 팀보다 더욱 다양한 배경의 선수들로 구성되었습니다.
23명의 선수 중 약 3분의 2가 아프리카 또는 중동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승리는 프랑스의 다문화주의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서사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복잡한 질문들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트레버 노아와 같은 인물이 "아프리카가 월드컵을 이겼다"고 농담했을 때, 이는 프랑스 내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중요한 대화를 촉발시켰습니다.
잉글랜드, 제국의 귀환과 "세 마리 사자"의 변화
영국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현대 영국 사회와 축구의 구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카리브해, 인도 아대륙, 아프리카 등 영연방 국가들로부터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1948년 '윈드러시 세대'로 알려진 카리브해 지역 이민자들의 도착부터 1960-70년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의 유입까지, 영국 사회는 점차 다문화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잉글랜드 축구에서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78년 바리를 루리 반스(Viv Anderson)가 유고슬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잉글랜드 A대표팀에 출전한 최초의 흑인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후 존 반스, 폴 파커, 이안 라이트 등 다른 흑인 선수들이 뒤를 이었지만, 1980-90년대까지도 잉글랜드 대표팀은 대체로 백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잉글랜드 대표팀의 구성은 현저하게 변화했습니다.
리오 퍼디난드, 애슐리 콜, 솔 캠벨과 같은 선수들이 팀의 중추가 되었고, 현재는 라힘 스털링, 마커스 래시포드, 부카요 사카와 같은 이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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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
2018년 월드컵에 참가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적 구성을 보였으며, 이는 현대 영국 사회의 다문화적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그러나 잉글랜드 축구에서도 인종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
2021년 유로 결승전에서 패널티킥을 실축한 마커스 래시포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가 받은 인종차별적 비난은 영국 사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스포츠 분야의 성공과 통합이 광범위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최근 몇 년간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 팀이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이것이 현대 잉글랜드의 강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는 또한 선수들이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지해 왔습니다.
독일, 통합의 새로운 모델
독일은 프랑스나 영국과는 다른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마찬가지로 중요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1960-70년대에 독일은 튀르키예, 이탈리아,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등에서 '게스트워커(Gastarbeiter)'라 불리는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이 임시 노동자로 간주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독일에 정착하여 가족을 이루었고 이후 세대가 독일 사회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독일 축구에서 이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의 부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6년 월드컵은 독일 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에는 폴란드 출신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 가나 출신의 제럴드 아사모아, 브라질 출신의 케빈 쿠라니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독일 축구협회(DFB)는 이민 배경을 가진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대표팀은 메수트 외질(터키계), 제롬 보아텡(가나계), 사미 케디라(튀니지계) 등 다양한 배경의 선수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팀은 종종 현대 독일의 다문화적 성공 사례로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축구와 이민을 둘러싼 긴장은 존재해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2018년 메수트 외질의 사건입니다.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과 사진을 찍은 후 받은 비판과 2018년 월드컵 실패 이후 그가 받은 비난은 독일 내 터키계 이민자들의 위치와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외질은 결국 인종차별을 이유로 독일 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했고, 이는 독일 사회 내에서 통합과 소속감에 대한 중요한 대화를 촉발시켰습니다.
또한 2015년 이후 시리아 등지에서 온 난민들의 대규모 유입은 독일 사회와 축구계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많은 축구 클럽들이 난민 통합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DFB도 난민 축구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실제로 미래의 독일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벨기에, 작은 나라의 다문화적 성공
벨기에는 인구가 1,1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최근 세계 축구의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성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다양한 이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의 통합입니다.
벨기에의 식민지 역사, 특히 콩고와의 관계는 현대 벨기에 사회의 아프리카계 인구의 배경을 형성했습니다.
또한 벨기에는 1960-70년대에 모로코, 터키 등지에서 많은 노동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현재 벨기에 대표팀의 다양한 구성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로멜루 루카쿠(콩고계), 뱅상 콩파니(콩고계), 마루안 펠라이니(모로코계), 에덴 아자르(벨기에-프랑스 이중 국적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은 2010년대 벨기에의 '황금 세대'를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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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축구 대표팀 |
이 팀은 2018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고, 일시적으로 FIFA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벨기에의 성공은 소위 "다문화 모델"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인용됩니다.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에 중점을 둔 벨기에의 축구 시스템은, 다양한 배경의 선수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대표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벨기에 사회 전체에서는 여전히 이민과 통합에 관련된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다문화 이상과 민족주의적 현실 사이
유럽 축구에서 이민과 다문화주의의 영향은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배경의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서 성공하는 모습이 통합과 포용의 이상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선수들이 때때로 인종차별과 배타주의에 직면한다는 점은 유럽 사회가 여전히 완전한 통합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국가대표팀이 성공할 때, 이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은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때는 그들의 국적, 충성심, 심지어 "진정한" 정체성까지 의문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중 잣대는 스포츠를 넘어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민자들이 직면하는 도전을 반영합니다.
또한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축구를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1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후 이탈리아의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프랑스 팀을 "아프리카 선수들"이라고 비하했습니다.
이러한 언설은 국가적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배타적 개념을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유소년 육성과 이민의 역할
유럽 축구에서 이민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클레르퐁탄, 독일의 지역 축구센터, 벨기에의 혁신적인 유소년 프로그램 등은 다양한 배경의 젊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발전 경로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의 소외된 지역에서 온 이민자 배경의 청소년들에게, 축구는 종종 사회적 이동성과 통합의 중요한 경로가 됩니다.
프랑스 파리 교외, 영국 런던의 특정 지역,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같은 곳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유소년 선수가 성공적인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이들이 도중에 탈락합니다.
이런 현실은 스포츠만으로는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따라서 축구 시스템과 더 넓은 교육, 고용 기회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 정체성, 그리고 축구의 미래
오늘날 유럽 축구의 얼굴은 지난 수십 년간의 이민과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반영하여 크게 변화했습니다.
국가대표팀은 이제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 유럽 사회의 다문화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적 정체성, 소속감, 그리고 누가 "진정한" 프랑스인, 독일인, 영국인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축구는 이러한 대화를 위한 강력한 플랫폼이 되어, 때로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더 포용적인 국가 정체성의 개념을 촉진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 축구에서 여전히 인종차별과 배타주의는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경기장에서의 원숭이 소리 모방, 바나나 던지기, 소셜 미디어에서의 인종차별적 학대는 여전히 너무 흔한 현상입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UEFA, FIFA, 국가 축구협회들은 다양한 반인종차별 캠페인과 이니셔티브를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마지막으로, 유럽 축구에서 이민과 다문화주의의 관계는 단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불평등이 새로운 이민 패턴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유럽 사회와 그 축구팀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 통합, 문화적 교류, 그리고 더 포용적인 미래를 향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유럽 축구에서 다문화적 성공 사례를 보면, 다양성이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플레이 스타일, 접근 방식이 결합되어 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축구를 넘어 더 넓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입니다.
앞으로 유럽 축구가 직면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경기장에서의 성공이 어떻게 경기장 밖의 더 넓은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축구가 단순히 사회의 거울이 아니라, 더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아마도 유럽 축구와 다문화주의의 교차점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입니다.